'

일기

밥통

pyrosis 2009. 12. 6. 00:35



술 먹고 쓰는 글이다



어머니는 가끔 집청소 겸
'어머니표' 음식을 해주시려
가끔 서울에 올라오신다

맛있는 음식만큼이나 잔소리도 같이
맛봐야하기 때문에 '좋음 반, 싫음 반' 이다

올해 2월에 어머니가 올라오셔서
잠시 있다가 내려가셔서 다음 오실 날은
적어도 두달뒤로 예상이 되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단 5일뒤에 다시 올라오셨다

어머니를 마중하러 강변 터미널에 나갔는데
어머님 본디의 맑은 웃음과 긍정적인 표현방식보다는

비가 한 차례 내린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계셔서
막내 아들로서는 아는체를 할 수도 위로도 할 수가 없더라

어머니가 서울로 상경하신 이틀후에
어머니의 친구분이 집으로 잠깐 놀러를 오셨다

즐겁게 게임 도중에 들어온 심부름이라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어머님 친구분이 한 잔하라며 주신 잔에
그냥 맘을 풀고 기댔더라

그러면서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이

왠만한 청년보다 체력이 좋으신 아버지가
어머님과 말다툼에 밥솥을 던져 식탁을 깨고
주방이 난리가 났단다

어머니는 기분이 나쁘셔 상경을 하셨는데
맥주 한잔에 흘려버릴 이야기가 아니더라
홧김에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따지고 싶었지만

난 원래 어릴적부터 역할이 아버지편을 드는 것이라
쉬이 그러하지 못하고 애꿎은 쥐포로 화를 달래고 있었는데

그 화를 오늘날에야 풀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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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승진할 대로 승진하여
서울로 연수를 오셨다

수원에 연수원에 있어서
뵙기가 쉽지 않았지만

연수를 마지막으로 받는 주여서
아버지가 어려운 서울지리를 뚫고 강변으로 오셨다

당시 나는 과외중이었지만
아버지보다 무서운 누나들의 닥달에 집으로 곧장 뛰어왔다

그리하여 집 옆에서 갈비도 아닌 삼겹살에 술을 한잔하다가
(술을 안마시는 중이라 같이 잔을 들지는 못했다)

아버지가 친한친구가 근처 병원에 병고에 계시다고 하여
같이 찾아뵈어 문병을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임마 따뜻한 국물 한 잔 마시고 가자" 하시어

"아버지 오뎅 먹을랍니까 아님 우동 드실랍니까"
여쭈었지만 아버지가 금세 대답을 못하시는걸로 보아

'술한잔하자'는 말인가 싶어

근처 포장마차로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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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 병째는

"아버지 저 술 끊었습니다 잔만 같이 들겠습니다" 였지만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맞기 싫어서 같이 잔을 들었다

주로 하신 말씀은 "난 국민연금때문에 잘먹고 잘살터이니 니 알아 살아라" 였다


소주 두 병째는

나 역시도 술이 받아서 다이다이 모드로 술을 먹었다

어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하셨다

아버지 옛날 이야기는 잘 모르는 것이라 즐거워 들었다





헌데 마지막 잔을 들었을 때이다

한 병 더 하자고 했지만 아버지는 나이가 차서 힘들다고 하셨다




아버지가 전에 테크노 마트에서 물건을 사셔서 거기에 뭘 파는지 아신다

처음에는 아들의 얇은 옷으로 이야기를 하신다



"임마 아빠랑 저어기~ 가자"

"와요 아버지"

"니 추운데 옷 한개 사줄까"

"됐니더 내 옷 잘 사입고 다닌다"

"그라믄 아빠랑 저기 밥솥사러 가자"

"와요 엄마랑 싸우다 밥솥 깨먹어서 하나 사주고 싶나"

"아이 내 잘못한거 없다"

"그럼 와요. 헌 밥솥으로 지은 밥먹으니까 맛이 없대?"

"그래 맛이 없더라"

"그람 내가 다음에 가서 괜찮은거 봐둘테니 아빠 이름으로 주문해서 택배 보내믄 돼지"

"아 그래 음 그래라 근데 저기 문 닫았나"

"저기 백화점이랑 시간이 같아가 여덟시면 문닫는다"

"그래 그래"
















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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