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나 좋아하였던 11월이 지나가고 있다.
11월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양력생일 지나서야 알게되었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는 일이 모든 것에 무뎌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어디서 읽었었나.
좋아하는 달이 11월이라서, 그리고 좋아하는 색이 무채색이라서 참 다행이다.
나 다워서.
나 다워서 좋은걸까. 좋아서 그렇게 되는걸까.
여기다 글을 쓰는 일이 멀고 긴 길을 돌아 집에 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오래 앉아 흔적이 남은 의자에 앉아,
낡은 가구를 둘러보는 느낌이다.
저기 저 흔적, 그리고 집의 냄새, 그리고 편안함.
그래 난 이랬었지.
사랑해달라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을 못한 건 잘못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원래 그래왔던 것이다.
자기혐오와 그리고 연민, 그 나머지 것들도 여전히 함께 간다.
같이 가며 다독여 주자.
잘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잘해낼거라고.
비루한 촌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고,
몸이 약했지만, 운동은 노력으로 누구 보다 잘할 자신이 있고,
공부를 썩 잘하진 못했지만, 남들과 비교는 할 수 있고,
이름을 대면 알아주는 회사는 못 다니지만, 자부심이 있고.
대충살지만, 하고 싶은거 다 하며 먹고 살만하고
끝내주는 미남은 아니지만, 미련없이 다 비워내도록 연애도 해봤으니
만족하면서 살자.
3년만에 글을 쓰며 느낀 점.
1. 드디어 얼굴이 나이를 찾아가고 있다.
2. 여기는 집일까 동굴일까.
3. 딴따라를 하기위한 만큼만 재능이 주어지지 않았을까.
4. 그런데 왜 공돌이에 건축쟁인가.
5. 결혼할 수 있을까? 진정한 반쪽이 아니면 포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6. 음악도 듣지 않고, 글도 읽지 않고, 영상을 보지도 않는다.
7. 스스로를 버리지는 못한다. 내 아닌 누군가는 될 수가 없다.
8. 버는 돈은 많아졌는데 왜 항상 돈이 모자랄까.
9. 차바꾸고 싶다. 기승전차.
10. 누군가 밀어줬으면 좋겠다. 툭하고 떨어지게.